11월이 되면 성당 주보에 '위령성월'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미사 중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기도가 늘어나고, 본당마다 묘지 미사나 연도 일정이 안내되기도 합니다. 천주교를 처음 접하신 분이라면 왜 하필 11월에 이런 기도를 많이 하는지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위령성월과 위령의 날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이 한 달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처음 맞는 분도 참고하실 수 있게 꾸려 보았습니다.

위령성월이란 무엇인가요?
위령성월(慰靈聖月)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는 달로, 매년 11월에 해당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죽음으로 모든 관계가 끝난다고 보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신자와 세상을 떠난 이들, 그리고 하늘의 성인들이 기도 안에서 서로 이어져 있다고 믿는데, 이를 '성인의 통공'이라고 합니다. 앞서 사도신경을 다룬 글에서 보셨던 바로 그 구절입니다. 위령성월은 이 믿음을 바탕으로, 먼저 떠난 가족과 이웃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한 달입니다.
위령의 날은 언제이고, 어떤 날인가요?
위령의 날은 매년 11월 2일입니다. 바로 전날인 11월 1일은 하늘나라에 있는 모든 성인을 기리는 '모든 성인 대축일'이고, 그다음 날 세상을 떠난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이 이어집니다.
이날은 위령성월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날입니다. 사제는 이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미사를 세 번까지 봉헌할 수 있는데, 그만큼 교회가 이날을 특별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2026년 위령의 날은 월요일이니, 평일 미사 시간을 미리 확인해 두시면 좋습니다.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위령성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연옥'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됩니다.
가톨릭 교리에서 연옥은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하느님을 온전히 뵙기 전에 정화가 필요한 영혼들이 거치는 상태를 말합니다. 무섭게 벌을 받는 곳이라기보다,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깨끗해지는 과정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살아 있는 이들의 기도와 미사, 선행은 이 영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그래서 위령성월에 바치는 기도는 단순히 고인을 추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하느님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빌어 주는 사랑의 표현이 됩니다.
위령성월에는 무엇을 하나요?
위령성월에 신자들이 많이 하는 일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위령 미사를 봉헌합니다. 세상을 떠난 가족의 이름으로 미사를 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바치는 것이 헌금을 다룬 글에서 설명한 미사예물입니다.
둘째, 묘지나 봉안당을 찾아 기도합니다. 교회는 11월 1일부터 8일까지 묘지를 방문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신자에게 연옥 영혼을 위한 전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대사에는 고해성사와 영성체 같은 조건이 함께 따르므로, 자세한 내용은 본당 주보의 안내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셋째, 연도를 바칩니다. 연도는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바치는 한국 천주교회 고유의 위령 기도로, 여러 사람이 가락을 붙여 주고받듯 바치는 것이 특징입니다. 위령성월에는 본당에서 함께 연도를 바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 일상에서 짧게라도 기도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떠난 가족의 이름을 부르고, 위령 기도에 나오는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는 구절을 바치는 것만으로도 위령성월을 뜻깊게 보낼 수 있습니다.
위령성월, 저는 이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위령성월이 되면 저는 먼저 세상을 떠나신 시할머니, 시할아버지와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분들을 위해 기도를 바치고, 그분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합니다.
시댁 어르신과 친정 어르신을 함께 기억하며 기도하는 일은, 두 집안이 한 가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기도 안에서 다시 확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얼굴을 뵌 지 오래되었어도,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분들과 다시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위령성월에는 이렇게 먼저 떠난 가족의 이름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미사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기도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이 시기 성당에서 자주 마주치는 풍경입니다. 묘지를 찾아 연도를 바치는 가족도 있고, 멀리 있어 찾아가기 어려운 분들은 집에서 고인의 사진 앞에 촛불을 켜고 기도하기도 합니다.
처음 위령성월을 맞는 분이라면, 거창한 계획보다 떠오르는 한 사람을 위해 이번 달 한 번의 미사나 한 번의 기도를 정해 보시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올해 11월을 보내는 데 길잡이가 될 내용입니다.
- 위령성월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는 달로, 매년 11월입니다.
-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다음 날인 11월 2일이 위령의 날입니다.
- 연옥은 하느님께 나아가기 전 정화가 필요한 영혼들이 거치는 상태이며, 살아 있는 이들의 기도가 그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 위령 미사 봉헌, 묘지 방문, 연도, 일상의 짧은 기도로 위령성월을 보낼 수 있습니다.
- 11월 1일부터 8일까지 묘지를 방문해 기도하면 조건에 따라 연옥 영혼을 위한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위령성월은 슬픔에 머무는 시간이 아니라, 먼저 떠난 이들과 기도로 다시 이어지는 시간입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의 이름을 기도 안에서 불러 보는 것, 올해 위령성월은 거기서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결혼은 했지만 아직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글에서는 관면혼배를 다루는데,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도 함께 담을 예정입니다.